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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용준 기자] "떨어질 거라는 예감이 너무 강하게 들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최종전까지 가는 사투 끝에 가까스로 MSL 16강행 티켓을 거머쥔 진영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3일 서울 삼성동 히어로센터에서 열린 '곰TV MSL 시즌4' D조 최종전서 진영수는 멀티가 두 개나 뒤지고, 유닛수가 50 이상 차이나는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인 드롭십 활용으로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진영수는 곰TV MSL 시즌1부터 4시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강자의 자존심을 살렸다.

진영수는 "이번 MSL은 첫 경기서 패하고 떨어질거라는 예감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이길수 있던 경기가 패하고 너무 이상하게 갔다. 만약 다시 첫 경기 상황이 온다면 다시는 배틀크루져를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허영무 선수와 이성은 선수가 하는 승자전서 허영무 선수를 많이 응원했다. 꼭 첫 경기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다"고 16강에 올라간 소감을 밝혔다.

진영수는 첫 경기를 상대의 드롭십에 내줬다면 마지막 최종전은 적극적인 드롭십 운영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특히 최종전은 확장기지 차이도 2개 이상 벌어진 상태였고, 최대 200인 유닛 수에서도 50 이상 차이가 나는 암울한 상황에서 짜릿한 승리를 쟁취했다.

"두번째 멀티가 저지당하고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워낙 가난해서 병력 뽑아내기 급급한 지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가스가 모자라 스캔도 못 달을 정도였다. 다행히 이성은 선수가 6시 병력이 없어서 깰 수 있었고,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면 이길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중 마재윤, 진영수, 송병구를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마라인'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2007시즌 한창 줏가를 올리기도 했지만, WCG 2007을 같이 나가면서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 이번 MSL 조지명식 당시 이성은이 마재윤에게 했던 발언에 발끈했던 진영수는 말보다는 실력으로 이성은을 탈락시켰다.

"이성은 선수가 인터뷰에서 '자기는 마재윤 선수를 이기고 4강에 올라간 선수라 나보다 한 수 위'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 그 인터뷰를 보면서 너무 재미있고 웃겼다. 오늘 경기 전적이 일대일 이지만 마지막에는 내가 웃었다.


(마)재윤이 형은 우승도 많이 하고 네임밸류도 높은 무시해서는 안 될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막 대하는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내가 따라잡아야 할 사람인데 너무 무시하는것은 보기 좋지 못했다."

이번 대회 16강 진출은 해냈지만 진영수에게 남겨진 숙제는 프로토스의 전장이라고 불리는 카트리나가 있다. 카트리나에서 9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진영수는 자신감이 문제가 아닐까라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카트리나가 연습 때는 잘 된다. 그런데 방송 경기에서는 이상하게 자신이 없어지면서 결과도 좋지 못하다. 반대로 블루스톰은 연습때는 잘 안 풀리는데 경기에서는 잘 된다.(웃음)"

진영수는 팀 동료인 김구현에 대한 감사함을 경기가 끝나고 누차 강조했다. 소속팀 STX가 후기리그 정규시즌 종료 후 2주간의 휴가를 받은 상태에서 진영수는 연습할 상대를 찾지 못해 고생에 고생을 했다고 호소했다.

"이번 D조 경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연습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전화로 연습 상대를 찾기도 힘들었고, 휴가기간 중인 동료들에게 전화로 요청할 정도였다. 사실 김구현 선수가 자신의 MSL 경기가 끝나고 집에 내려갈 수 있었는데, 오늘까지 연습을 도와줘 너무 고맙다."

마지막 진영수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팬카페에서 한 팬분이 '김택용, 마재윤 선수가 떨어진 이번 대회가 기회다'라는 글을 올린 것을 봤다. 그만큼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나는 급하게 마음을 먹기 보다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고 싶다. 지난 세시즌동안 우승만 바라보고 급하게 가다가 결정적인 순간 무너졌다. 마음을 급하게 먹기 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다."

◆ 곰TV MSL 시즌4 32강 D조.

1경기 서지훈(테란, 6시) <조디악> 허영무(프로토스, 1시) 승.

2경기 진영수(테란, 12시) <카트리나> 이성은(테란, 9시) 승.

승자전 허영무(프로토스, 7시) 승 <블루스톰> 이성은(테란, 1시).

패자전 서지훈(테란, 1시) <블루스톰> 진영수(테란, 7시) 승.

최종전 이성은(테란, 7시) <로키 Ⅱ> 진영수(테란, 1시) 승.